여행의 첫날, 우리는 새벽 5시 15분,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양양 물치항으로 향했습니다.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그 이른 시각, 바다 위에 걸쳐 올라오는 첫 햇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. 이 시간을 선택한 건 단순히 일출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.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가족. 각자의 삶에서 얼마나 애쓰고 있었는지, 말은 안 해도 느끼고 있었습니다. 그래서 이 순간을 함께 보고 싶었어요. “이제는 다시, 함께 천천히 걸어가자”는 다짐의 시간. 바위 위 조각상이 바다를 바라보듯, 우리도 고요한 수평선을 함께 바라보며 마음속 다짐을 나눴습니다. 햇살은 점점 붉게, 따뜻하게 바다를 물들이고, 그 장면은 마치 우리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주는 빛처럼 느껴졌습니다. ..